[스티브 잡스 2.0] 30. 신화의 시작 (2)

April 09,2012                      hit:(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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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골리앗, AT&T

스티브 잡스의 목표가 설정됐다. 그 목표는 세상을 바꿀 만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었다. 목표가 완성됐지만 실체는 겨우 개발 시작단계였고 판로확보 역시 머나먼 중첩산길이었다. 비밀리에 자신의 목표를 암중모색하던 스티브 잡스는 2004년 겨울 업계 3위의 이동통신사 AT&T 대표와의 극비 회동을 마련했다.

당시 미국의 휴대폰 시장은 그야말로 복마전 양상이었다. 싱귤러는 물론 버라이존, 스프린트, AT&T, T-mobile 등 고객(가입자) 확보를 위해 공짜폰을 내세운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공짜폰이란게 사실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 LG 등의 피쳐폰(feature phone)을 의미하는 것이다. 2년 약정 가입자는 다양한 휴대폰을 놓고 공짜폰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다만, 휴대폰 업체들은 각 이통사 망을 통해 기능은 같지만 모양이 다른 휴대폰을 공급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능과 품질을 떠나 좀더 멋진 휴대폰을 보유한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가입자들 역시 똑같은 기능의 휴대폰을 놓고 모양만 다르면 새것으로 갈아타는 패턴을 보였다. 그만큼 휴대폰 보유는 일종의 패션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금방 갈증을 느끼는 것은 어쩔수없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의 기능이래봤자 조악한 디지털 사진기 정도였지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하는것은 기능상 존재했었도 엄청난 부가요금과 느린 속도 때문에 사용자는 거의 없었다. 또 이통사별 서비스 특징이 없다는 사실도 속속히 드러나고 있었다.

여기에 Palm 과 블랙베리, HP의 PDA 폰이 이통사의 고가폰으로 등장했다. 일반휴대폰 보다 2배나 큰 사이즈에 인터넷이 가능한 모델이었다. 당시만해도 이통사의 통신 방식은 3G가 아닌 EDGE 통신규격이었다. 데이터 통신은 가능했지만 턱없이 느려 가입자의 불만만 늘었고 PDA 기기 역시 굼벵이처럼 느렸고 흑백 디스플레이에 배터리는 반나절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PDA 폰이라해도 딱히 피쳐폰 사용도와 다를바가 없었다.

싱귤러는 마침 AT&T와의 합병을 성사시키면서 순식간에 업계 2위의 이통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통신업계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AT&T의 지명도 때문에 회사 이름을 AT&T로 결정했다. 대표이사 스탠 시그먼은 AT&T가 업계 1위 버라이존을 넘보기 위해선 휴대폰 시장에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사마다 차별화없는 허접스런 공짜 피쳐폰만 제공해 갖고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고민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모토롤라에 iTunes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휴대폰 + MP3 기능을 갖춘 ROKR 개발 경험을 축적했지만 더 핵심적인 개발 목표를 그리고 있었다. 시그먼 AT&T 대표이사와의 비밀 회동에서 잡스는 간단명료하게 3가지로 자신의 주장을 요약했다. 첫째 애플은 휴대폰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독창적이고 혁명적인 스마트폰 개발 기술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경쟁사가 애플의 기술을 따라오려면 “수광년이 걸릴 것”이라고 호언했다. 두번째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AT&T와의 독점계약을 원한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스스로 “하도급 이통사”가 될 계획도 갖고 있다.

두번째와 마지막 부분은 일종의 도발이었다. 미국 이통사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대기업 이통사의 시스템 회선을 빌려 독자적으로 휴대폰 사업을 전개하는 소규모 지역 이통사들이 존재했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휴대폰 제조사들 역시 가입자들처럼 이통사와의 주종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휴대폰 판로를 이통사가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통사 입맛대로의 휴대폰 만들기에 급급한 실정인데 애플 맘대로의 “독점계약”을 주장한 것이었다.

시그먼은 잡스의 설명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풋볼 선수 같은 체구에 좌중을 앞도하는 부리부리한 눈매의 업계 2위의 AT&T사 대표이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회의를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그때 회동은 끝난것 처럼 느껴졌다.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들어 보려던 AT&T는 잡스의 모호한 계획과 겂업는 제안에 얼마든지 그냥 가라고 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윽고 시그먼의 말문이 열렸다. 단 세마디 “We need you.”였다. 그는 자리를 일어서며 담당자들로 하여금 계약서를 만들라는 말과 함께 잡스와의 악수를 끝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모두 최면에 걸린듯 했다는 말이 흘러나온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상대는 다름아닌 스티브 잡스였

시그먼은 훗날 자신의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객확보와 수익 다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통사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해있었다. 이를 위해선 최소 MP 3 기능과 WiFi 기능이 포함된 기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또 이통사 통신망에서 제대로 사용가능한 인터넷 기능까지 포함된다면 부가수익 모델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인 휴대폰이 필요한게 아니라 정말 특별한 휴대폰이 필요했고 아이팟 성공신화를 쓴 애플의 도움이 절실했었다. 사실 이때만해도 시그먼은 애플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서를 쓰게될지는 몰랐었다.

시그먼과 미팅후 스티브 잡스는 AT&T의 계약서 작업에 들어갔다. AT&T는 잡스의 약속대로 5년 동안 애플 스마트폰 독점공급을 따냈다. 하지만 그 대신 애플 스마트폰 전체물량의 10% 구매 게런티 및 개당 200달러 이상의 수익을 보장했다. 또 아이튠스를 통한 수익금과 가입자당 월 10달러씩(240달러/2년 약정)의 데이터통신 요금 배분을 약속했다. 게다가 기기 디자인 및 변경, 마케팅, 광고, 가격결정 등 무조건 애플의 고유 권한이며 서비스 부분에서도 애플이 제안한대로 새로운 “비쥬얼 보이스 메일”과 “인 스토어 사인업 휴대폰 개통방식”을 모두 AT&T 경비로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조건이 애플 스마트폰의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나중이었지만 이러한 계약조건을 알게된 휴대폰 제조사들은 경악을 금치못했다. 자신들은 이통사 망에 접근하는 대신 박한 수익을 마다않고 노예처럼 이통사가 시키는대로 휴대폰 만드는데 급급해왔는데 단 1개의 휴대폰을 생산해본적도 없는 애플은 말도안되는 갑의 자격으로 AT&T와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란 단기필마로 세상을 바꾸기 전부터 이동통신사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휴대폰 개발의 정의를 내놓았다. 정말 괜찮은 휴대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아무리 비싸다해도 이통사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쟁사들이 이런 잡스의 생각을 깨닫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했다. 잡스와 AT&T만의 비밀 계약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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