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nters' "Now & Then" 

September 15,2010                      hit:(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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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형제 중 막내셨던 아버지 가족은 그야말로 대가족이었다. 허긴 어머니 쪽 역시 1남8녀 9남매셨으니…우리가족은 정말 대 가족이다. 추석, 설 그리고 제사 때면 소사(부천) 큰 집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금은 고속도로에 허물어져갔지만 정문 앞 넓디넓은 논밭을 위로한 커다란 대청마루의 큰 집 뿐만아니라 뒤편의 2단 정원은 그야말로 멋진 놀이터였다. 여러형태의 소나무가 늘어져있었고 조그맣지만 돌담으로 둘러쳐진 붕어들이 놀던 웅덩이 그리고 덩쿨나무로 뒤덮힌 그늘터 아래 그네까지…나는 사촌형들이 모여 얘기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큰집부터 닷째집까지 수많은 자식들이 있었으니 이름도 다 기억못할 사촌 형님과 누님들이었다. 문제는 난 막내중의 막내. 아버지 손붙잡고 신작로길을 따라 큰집 방문할 나이에 이미 사촌형님들 중에는 아버지 또래도 있었다. 그런 분들과 "형님 동생" 사이라는 게… ㅋㅋ. 6형제중 4형제가 소사에 거주하셨지만 그중 넷째집만 서울에 있었고 그것도 우리집 인근, 장충동에 함께…어린 나에게는 축복의 집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시절 맘만 먹으면 집을 나가 총총 걸음으로 장충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언덕길 아래로 달음질쳐서 장충초 정문과 문화 시장을 가로지르면 곧바로 넷째집 "교장선생님댁" 골목에 서있던 나였다. 대문은 항상 열려있었고 그 안에 나의 작은 호기심 세상이 펼쳐졌다. 넷째집엔 동갑내기 동일이가 있었고 그 위로 군복무중이던 장남 동운형과 바로 아래 대학생 정미누나, 그리고 중학교 초등학교 상급생이었던 동하, 동한형은 내가 젤 좋아하던 형. 그냥 형들이 아니라 내 "미래의 창"과 같은 존재였다.

두 형이 같은 방을 썼는데 그 방엔 책상 두개 그리고 그 옆에는 절개어놓은 이부자리 한뭉치…그리고 스테레오 전축이 있었다. 번쩍이는 기계 앞에 난 감히 만져 볼 생각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사각사각 소리내며 돌고도는 음반과 합체로 움직이는 바늘을 지켜봤다. 형들은 항상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팝송! 형들이 입었던 옷은 전부 멋져 보였고 형들이 얘기하는 내용은 무언지 몰랐어도 내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동일이가 아무리 나가 놀자해도 난 형들 주변을 서성이는게 더 좋았다.

초등학교 6학년 초여름. 외국 출장길에서 되돌아오신 아버지는 그때도 여러가지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내눈에 콱박혀온 것은 붉은 색 자동차 그림이 선명한 LP판 한장이었다. 우리집 파나소닉 전축을 틀고 바늘을 올렸을때는 더더욱 놀라웠다. 아름다운 목소리 뿐만아니라 엄청난 음량, 그리고 신나는 스테레오 사운드 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팝송 매니아로의 출발을 선언했다. "Sing A Song…" 내 눈이 더 놀랐던 이유는 엘범자켓이 앞뒷면으로 된 것이 아니라 세 페이지로 펼쳐지는 "광폭자켓"이란 점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실사처럼 그린 그림이 더더욱 실제처럼 다가 온 그런 앨범 디자인이었다.

그 앨범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게된 것은 이후 집으로 놀러온 동한형의 설명 때문…"얘네가 닉슨대통령이 젤 좋아하는 가수래…" 아…"카펜터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몬지도 몰랐던 우리는 몇 시간을 전축앞에 앉아서 펼쳐놓은 앨범 그림을 주시하며 카펜터스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세페이지 앨범 그림에 정작 Carpenters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게 등장한다. 붉은 스포츠카의 유리창 너머 남녀가 앉아있는 정도로 밖에는 알아볼 수 없는 그림.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노래에 알 수 없는 미국의 동네 풍경 그리고 자동차 그림은 색만 나올 뿐 어떤 디테일의 자동차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래서 내게는 모든게 미스터리였다. 카펜터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뒷태가 잘빠진 이 자동차는 어떤 모델일까, 하늘은 맑디 맑은데 저 동네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사진이 아니라 그림이었기에 나는 상상의 날개는 더욱 커졌고 그 모든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카펜터스 노래의 "멜로디"와 "사운드"였을 뿐이었다.

카펜터스 이후…나는 "비틀스," "앨튼 존" 등등 당대의 팝송가수들을 조금씩 조금씩 알게됐다. 또 형들이 집에 놀러오면 함께 밤늦게 까지 라디오를 듣게 됐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AM 라디오 심야 방송까지 알게됐으니…ㅋㅋ

지금도 이 카펜터스 앨범은 돌아가신 아버지 방의 장농 한구석에 처박혀있다. 내가 사들였던 "빽판"들과 함께 촘촘하게 쌓여있고 붙어있다. 마치 세월의 중량이 이들을 서로 뭉쳐 50년 내 인생의 한 덩어리로 남겨 놓은듯하다. 가끔 아버지는 "그것좀 내다 버려라"고 했지만…그럴수없었다. 지켜주진 못해도 내 일부를 내다버릴 순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대로 한덩어리다.

가끔 그 세 페이지 광폭 앨범을 떠올린다. 앨범의 디테일을 상상하고 다시 음미해보려고 노력한다. 아련한 어린시절 파편같은 추억이지만 앨범 그림은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일찌감치 별이된 카렌의 목소리는 더더욱 영적이다.

comment : (2)

Stella   2011/11/19 01:36 [delete] Reply
옛 추억으로 돌아 건것 같아요
별밤을 들으면서 팝송에 심취해 있곤 했는데
벌써 50 이라니 ㅠㅠ
오늘은 올드 팝을 들으면서 그 시절로 가보렵니다.

   

hamjii   2010/12/15 07:30 [delete] Reply
흠, 연배가 어느 정도신지는 몰라도 저하고 비슷한 추억을 갖고 계시군여 ! 제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아버지께서 가끔씩 들으시던 하얀 소니 FM 뢰이디오우가 제차지가 되면서 생전 처음 접한 '음악'이 Top of the world. 여기서 시작해서, 참 먼길을 왔답니다 ! 저도 WP.
http://hamjii.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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