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상서.....

March 15,2010                      hit:(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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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너그럽고 착하게 살았던 아버님이셨습니다. 79세로 생을 마감하셨죠. 가끔 제게 얼마나 자신이 불운한 세대였는가를 토로하셨습니다. 일제때 초등학교 나오고 중학교 진학하니 해방되서 교과서 다 바뀌고...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하니 6.25 터졌다고...

제가 보기에도 아버님 세대가 얼마나 힘든 역경을 지내오셨는지 쉽게 짐작됩니다. 온갖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질곡의 시기를 거쳐 70년대 고도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진정한 일꾼 세대"였죠.

6.25 와중에 어쩔수없는 "완장 착용" 시기를 거쳐 부산으로 피난갔다 다시 복학, 정규 육사 1기 합격했지만 당시 한국인들에게 흔했던 폐침유 증세로 합격취소됐던 이야기...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칫 전두환 패거리를 만날수도 있었을테니까요...하지만 숨겨진 부친의 역사를 들으면서 너무나 재밌어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대기업이란 대한중석에 입사했지만 강원도 태백의 판자집 현장사무소에 발령내서 사표도 쓰지 않고 서울로 상경했던 아버지....

82년 5월 저는 집을 떠나 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개판 치고 있는 저의 대학생활을 못마땅해하던 아버지께서 미국이라도 가면 제대로 공부할까 해서 보내주신 사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도피유학 1번이라고 치부합니다. 집 떠난지 거의 24시간만에 숙소에 당도했죠. 가방을 푸는 순간 아버지가 직접 써놓으신 쪽지가 보였습니다. 김포공항 출발하기전 집에서 급하게 써서 제 가방에 구겨넣으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정필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한다."

저희들 어려서 해외출장을 자주다니셨던 아버지는 어디에서나 항상 저희 3남매에게 각각의 우편엽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또 건설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장기 해외 출장을 가시면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주셨고요. 그날의 쪽지는 철부지 제가 느꼈던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 그대로였습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잠들기전의 어둠속에서 저는 귓가에 가느다랗게 흘러들어오는 생생한 아버지의 목소릴 듣고 있습니다. "정필아!"

많은 사람들의 저술활동을 지켜보면서 서문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말입니다. "이 책을 아버지 어머니에게 바친다"는...한국 사람들의 효성이 어디가겠습니까. 저 역시 그런말 한번 써볼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실제 그럴일은 없었습니다. 이제 제 블로그를 오픈하면서 젤 먼져 머릴 때린 생각 입니다. 여기 My Story의 첫째글은 저도 한번 "아버님에게 바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만날때까지 저 멀리에서 절 지켜봐주실 아버지, 밤마다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그 다정한 목소릴 들으면서 항상 그리워합니다....

comment : (2)

bittersweet   2010/03/20 10:25 [delete] Reply
잘 왔습니다.
만 5년만에 보는 서울이 어찌나 눈에 선지 어리둥절...
서연,정현,민용...
안부 부탁하더군요...
아직도 아이들의 기억속엔 샤방 정피리아쩌씨....^^;;

추신)
언제나 미소가 가득한 목소리로 반겨주시던 아버님 생각...
다시 새겨보았습니다..감사..

Take Care~

   

Thinking   2010/03/15 10:00 [delete] Reply
제가 고등학교 입학한지 한달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아버지 이럴 때 어떻게 해요?"라고 묻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럴 때 마다 "살아 생전에 아버지가 어떻게 했더라?" 생각을 해보곤 했었고 살아 생전에 보여주셨던 모습을 되뇌어 방향을 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어른이 되어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훌륭하신 아버님이 계셨기에 JP 님의 오늘이 있다는 걸 느끼며 저도 아버지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시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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