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2.0]  28. 신비주의 마케팅

March 13,2012                      hit:(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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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애플 경영론은 3가지로 집약된다. 독창적인 제품, 미니멀리스트적인 일관된 디자인, 신비주의 마케팅. 이중 신비주의 마케팅에는 광고/홍보 전략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미디어 이벤트는 여지없이 이러한 잡스의 전략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첫 공식 애플 행사에서는 신제품 아이패드와 Apple TV 그리고 iOS 5.1 업데이트 등의 소식을 전하면서 테크월드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전세계 테크언론과 월스트릿에선 2달전부터 이날의 행사에 대한 각종 소문과 억측 그리고 전문가 예상으로 지면을 도배질 해왔다. 나중에 엉터리로 밝혀지던 아니던 그건 상관없는 일이다. 적어도 애플 관련한 소식은 사실확인이 필요없이 무조건 쓰고보자는 언론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애플 광팬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이번 신제품 아이패드가 이렇게 나온다 아니면 저렇게 나온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애플에선 이번 행사나 신제품과 관련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애플 이벤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의 화제 거리였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처음 소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쿠퍼티노 본사에서 지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으로 전세계 소비자와 테크전문가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마침내 이벤트를 통해 신제품이 등장하면 궁금증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에게 희열을 느끼게해주는 분위기로 몰고가는게 바로 애플의 신비주의 마케팅이다.

이런 애플 마케팅은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애플에 입사하는 직원들은 모두 비밀서약을 해야한다. 직원 뿐만이 아니다. 방문자들 역시 같은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해야한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주요 신제품이 개발진행될때 직접 관여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빼고 개발과 관련한 내용을 아는 임원들은 2-3명 뿐이었다. 물론 정점엔 항상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애플이란 회사에서 내부 이야기가 밖으로 새는것은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최대불경스런 사건이다.

내부의 비밀 유지는 애플의 신비주의 마케팅의 단초다. 이는 단순히 비밀유지에 의한 호기심 유발 전략만이 아니다. 그 속성에는 고도의 여론몰이(manipulation) 기술이 포함된다. 의도된 비밀이 겨누는 목적이 분명하고 결과를 성취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치계에선 이를 홍보조정(spin)이라고도 표현한다. 여론몰이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비지니스 무대에선 모두가 드러내놓고 여론몰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애플처럼 제대로하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보통 1년에 두번 치른다. 이밖에 스페셜 이벤트라고해서 필요할때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지만 여기선 고정적으로 열리는 정기 발표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애플 홍보팀의 전략을 살펴보자.

발표회 날짜가 잡히면 홍보팀은 최초의 프레스 릴리즈와 함께 간택된 소수의 기자들과 테크월드 VIP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프레스 릴리즈와 초대장엔 애플 이벤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날짜 시간 등의 정보만 담긴다. 다만, 이벤트 목적에 대해선 추상적인 단어 선택으로 보는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아하면서도 주의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초대받은 자들에게 “자 여기 비밀이 하나 있으니 뭔지 한번 맞춰보시오”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다음 단계는 좀더 친밀감 넘치는 전략이다. 특히 애플에 우호적인 기자들을 상대로 발표회와 관련한 약간의 팁이 제공된다. 물론 그 대상마다 팁의 내용도 각기 다르다. 어떤이에게는 신제품 스펙과 관련한 정보, 또 다른 이에게는 가격대, 또 다른 이에겐 디자인 등의 파편화된 정보를 흘린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테크언론은 물론 메이저 언론사들까지 애플 이벤트와 관련한 취재경쟁과 ‘카더라 통신망’이 바람처럼 확산된다.

여기에 비밀아닌 비밀이 하나 더 추가된다. 애플 홍보팀은 신제품 발표회가 끝나가면서 더 바쁘게 준비된 전략을 수행한다. 이젠 전국 네트웍 매체들을 대상으로 신제품에 대한 부가 설명에 들어간다. 개발에 얽힌 Behind Story를 완벽한 시나리오에 입각해 신제품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준다. 개발 소요 시간이나 디자인 컨셉 그리고 재료와 관련한 내용 또 그 과정에서 잡스와 개발팀이 어떤 난상토론을 벌였다는 내용이 있으면 더 더욱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된다.

이런 전략으로 인해 발표회 당일까지 애플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전세계 언론을 요리한다.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데이빗 요피교수는 2009년 자신의 논문에 “이런 미디어 노출 전략으로 애플은 발표회때마다 약 4억달러에 달하는 공짜 광고 효과를 누리게되며 어떤 아이티 회사도 언론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회가 끝나면서 애플은 마지막 방점을 찍는 전국광고 캠페인을 시작한다. 방송 및 인쇄 매체 그리고 길거리 빌보드를 통한 준비된 광고가 일제히 시작되면서 그 효과를 최대치로 상승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애플은 언론사를 상대로 셔플링 전략을 구사한다. 애플에서 기자들과 언론사를 차등대우하는 것은 익히 잘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은 뉴스위크보다 타임지를 그리고 포브스보다는 포츈지를 선호한다.특정 언론사의 경쟁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적절하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이다.

매우 위험스런 발상이기도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제 언론사 눈치보면서 살아왔던가. 재미난 일화들이 있다. 2007년 아이폰이 발표되자 이런 애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릿 저널의 30년 베테랑인 테크전문기자 월터 모스버그는 “아이폰 때문에 애플이 망할것”이라했고 2003년 아이팟 발표때 뉴스위크의 댄 리용 기자는 “2년내로 아이팟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했었다. 또 애플에서 리테일 상점을 오픈한다고하자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미친짓”이라고 떠들었었다. 물론 모두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잡스와 애플로서는 가만있어도 세상사람들에게 애플 신제품을 알리고도 남는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의 성공을 가져왔다. 되풀이해 시도되는 똑같은 전략이지만 언론사는 알고도 당하게되고 그 결과는 항상 애플의 소망대로 이뤄졌다.

스티브 잡스는 항상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에 집중해왔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여지없었다. 대다수의 실리컨 벨리 회사들은 월스트릿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자들을 상대로 간쓸개를 모두 빼주는 홍보전략을 답습한다. 로드맵이란게 바로 그것이다. 한 회사의 제품 발표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협력업체들과 판매유통 업체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제품 관련한 호기심 증폭이나 브랜드 가치의 제고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잡스는 이들과 다른 마케팅 방안을 강구했고 비밀주의만이 살길로 판단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독보적인 성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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