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2.0] 23. “시대 정신”

December 31,2011                      hit:(3438)

아이튠스 스토어(iTunes Store)의 출시가 전격 발표된 날 가장 당황한 기업은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간부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도데체 어떻게 음반 회사들이 애플에 엮인거야, 이게 말이돼?!”라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또 “만약 아이튠스 스토어가 윈도즈용으로 나온다면 이거 진짜 큰일이다!”고 걱정을 품기 시작했다.

이날 밤 빌 게이츠는 단호했다. 세계최고의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컴퓨터 운영체제(윈도즈)와 사무용 오피스 패키지 의존도가 너무 높은 비지니스 모델 때문에라도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오늘날 구글이 수익의 90%를 의존하는 검색엔진 비지니스에서 탈피하기 위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개발에 집중했던 것과 마찬가지 이유였다.

게이츠는 자신의 회사 역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 MSN을 보유했음에도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유통 사업을 생각지 못했던 패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는 자신의 휘하 간부들에게 “정말 큰일이다. MS가 애플에 뒤쳐지고 있다”는 경각심을 던지면서 “최단시간내로 아이튠스 스토어와 아이팟에 상응하는 솔루션을 개발해야한다”고 독려했다.

게이츠의 진단과 방향 설정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는 애플이 아니었다. 아이튠스 스토어가 출범하자마자 따라잡기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브랜드의 MP3 플레이어 Zune과 윈도즈 미디어 플레이어 포맷에서만 작동하는 온라인 음원 유통사이트 PlayforSure를 런칭했다. 소위 아이팟과 아이튠스 스토어의 짝퉁 모델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수억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만들었지만 모두 헛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지털 음원사업 실패 역시 Sony가 그랬던 것 처럼 복잡한 대기업 내부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파벌주의 때문으로 분석됐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보여준 집중력과 인내심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아침에 따라한다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

빌 게이츠의 비지니스 방식은 스티브 잡스의 그것과 대척점에 서있다. 게이츠의 스타일을 놓고 전문가들은 “프로그레시브”하다는 평가를 한다. 좋은 말로 얘기해서 진보적이라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테크놀러지 사업에서 완벽을 위해 끝도없이 개발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개발 되는대로 출시하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잡스에겐 이런 생각이 통할리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주의자였고 하나의 신상품을 개발할때 자신의 눈에 만족할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그때까지의 모든 개발과정을 갈아엎고 새로 시작했다. 경영 ABC를 무시하는 독단으로 내비쳐질 때도 있었지만 잡스의 이러한 고집은 더 길고 긴 싸움에서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선 상상도할 수 없는 일이었고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다만, 게이츠의 비지니스 방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하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시작부터 소비자를 위해 생겨난 비지니스가 아니었다. 컴퓨터 제조사와 사용자가 있고 그 중간을 메꿔주는 소프트웨어 비지니스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가 아니라 제조사에게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제조사는 사용자 만큼의 불만을 제기할 필요도 없었고 물건만 많이 팔면된다는 생각이 앞서니 마이크로소프트의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라해도 문제가 없었다. 소비자에 대한 사용의 편리성은 고려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댓가를 지불 안한 것도 아니었다. 컴퓨터 가격에 고스란히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비용이 부가됐고 라이센스 스티커가 하나씩 붙어있었다. 이런 사업모델을 지켜온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애플의 디지털 음원 사업과 소비자용 MP3 플레이어를 보고서는 “우리도 따라할 수 있다”란 생각만 갖고 사업에 진출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사업다각화를 강요한 배경엔 바로 인터넷 저변화도 한몫했다. 인터넷은 사용자들에게 컴퓨터와 더욱 밀접한 생활을 만들어주었고 이로 인해 사용자 편리성에 대한 인식이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런 변화와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도 스스로 변화를 꾀했지만 태생적 한계가 존재했고 자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모자랐기에 소비자 인터넷 사업을 벌리는 족족 실패의 연속이었다.

MSN으로 포털사업에 진출했지만 인터넷 세상은 포털에서 검색 엔진으로 변해버렸다.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검색엔진 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했지만 그 역시 돈만 쳐들인 꼴이 돼버렸다. 현재 Bing이란 검색엔진으로 야후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명성과는 엄청난 거리감이 존재한다.

또 지금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2000년대초반 모바일 컴퓨팅 기기에 먼저 손을 댄것도 마이크로소프트였다. Win CE가 바로 모바일 기기를 위한 최초의 운영체제였다. 하지만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시대적으로 너무 앞선 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하기 불편했다. 타블렛 역시 게이츠가 먼저 시작한 비지니스였다. 스타일러스란 필기도구를 요구했던 윈도즈 타블렛은 출범과 함께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역시 사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하게 성공으로 자부하는 비디오 게임기 Xbox도 실제 뚜껑을 열고 보면 불량률이 너무 높아 마이너스 수익 사업이다.

이때까지만해도 애플의 비지니스 방식은 아이티업계의 조롱대상이었다. 컴퓨터 아이티 업계가 태동한 이래 끊이지 않는 논쟁의 대상이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의 경영방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스스로 개발하고 애플만의 유토피어적인 디지털 에코 시스템(생태계환경)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폐쇄적(closed)” 또는 “수직적통합관리” 모델이라고 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및 여타 아이티 업체들은 “개방적”(open ) 모델을 추구해왔다. OEM 하드웨어 기기 제조사가 존재하고 이들 제품과 호환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따로 존재하는 구도다. 디지털 세상이 진행되면서 서로 다른 업체끼리 윈윈할 수 있었던 후자쪽 모델이 더 성공적이란 평가에 이론의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팟과 아이튠스의 성공으로 테크놀러지업계 이념대립의 무게중심이 서서히 잡스가 추구해온 폐쇄적인 모델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것은 사용자 편리성에 입각한 사용자 경험치(User Experience)의 극대화란 시대정신의 부응이었고 스티브 잡스가 처음부터 꿈을 꿔온 디지털 세상이었다.

컴퓨터 여명기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는 혼란의 시기를 보내야했다. 개인용 컴퓨터를 구매행위는 곧 “배워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한 것이었다. 내 돈주고 물건사서 학습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세상이 불공평해보였어도 소비자는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혁신적인 신상품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초지일관 “배울 필요없고 스위치만 누르면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전파했고 이 것이 디지털 세상이 추구해야하는 진정한 시대정신으로 나타난 것이다.

놀랍게도 아이팟과 아이튠스 스토어가 전세계적인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동시에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고집해온 사용자 경험치의 시대정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빌 게이츠는 한번 더 놀라야만 했다. 잡스가 윈도즈용 아이튠스를 출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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